김초희, 계약금 전부 코인에 넣은 이유
김초희 감독이 도시여자대피소에서 계약금 전액 코인 투자와 손실 경험을 밝혔다.
김초희 감독이 유튜브 예능 도시여자대피소 EP.03에서 시나리오 계약금을 모두 가상화폐에 넣었다가 상장폐지를 겪은 일을 털어놨다. 웃으며 꺼낸 일화였지만, 그 안에는 창작자가 한 작품을 준비하며 받는 돈의 무게와 불안정한 영화 일의 현실이 함께 들어 있었다.
계약금까지 넣은 선택, 왜 더 크게 들렸나
김 감독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놓고 이야기하던 자리에서 돈과 일, 혼자 살아가는 감각을 자연스럽게 꺼냈다. 남자친구의 권유로 당시 받은 시나리오 계약금 전액을 코인에 넣었고, 이후 그 코인이 거래소에서 사라지며 손실을 봤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인 종목명이나 금액은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투자 성공담이나 실패담으로만 소비하기보다, 창작자가 손에 쥔 한 번의 계약금이 얼마나 쉽게 삶의 안전판으로도, 위험한 선택의 밑천으로도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에 가깝다.
특히 계약금이라는 말이 남기는 울림이 크다. 월급처럼 일정하게 들어오는 돈이 아니라,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동안 버팀목이 되는 돈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의 고백이 가벼운 예능 토크로 끝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누군가에게는 지나간 재테크 실수지만, 영화계에서 오래 일한 창작자에게는 일이 끊기는 시간과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시간이 맞물린 기억이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떠올리게 한 대목
김초희 감독은 첫 장편 <찬실이는 복도 많지>로 이름을 알렸다. 이 영화는 오랫동안 함께 일하던 감독을 잃은 영화 프로듀서 찬실이 갑자기 일자리를 잃고, 낯선 생활 속에서 다시 버티는 이야기를 따라간다. 서울독립영화제2019 경쟁부문 장편 상영작으로 관객상을 받았고, 김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도 기록돼 있다. 실제 삶의 실패담을 들은 뒤 이 작품을 다시 보면, 영화가 다룬 생계와 존엄의 감각이 더 선명해진다.
도시여자대피소 EP.03의 힘도 그 지점에서 나온다. 출연자가 책 한 권을 핑계 삼아 멋진 말만 나누는 형식이 아니라, 돈을 잃은 일과 일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을 같은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김 감독은 자기 이야기를 과장하지 않았고, 제작진도 이를 자극적인 사건처럼 몰아가지 않았다. 그래서 시청자는 코인 손실보다 그 이후에도 영화를 만들고, 자기 언어로 실패를 설명하는 사람을 보게 된다.
다음에 확인할 것은 새 작품보다 말의 방향
이번 발언의 다음 관전점은 투자 금액을 캐묻는 데 있지 않다. 김초희 감독이 앞으로 어떤 자리에서든 창작자와 여성의 돈, 일, 혼자 사는 삶을 어떻게 더 구체적인 말로 풀어낼지가 중요하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가 불안한 사람을 가볍게 웃기면서도 오래 붙드는 영화였다면, 이번 예능 출연은 그 영화 바깥의 김초희가 같은 질문을 자신의 말로 다시 꺼낸 순간이다. 실패담은 지나갔지만, 그 이야기를 다루는 태도는 지금의 김초희를 설명한다.









